혹자는 정부의 유치함에 황당함을 느낄지도 모르고, 대놓고 이런 일을 저지르는 명박의 뚝심에 환멸을 느낄지도 모르지만 그들은 그리 무지하고 단순한 집단이 아니다. 명심해야 할 것은, 대한민국의 보수가 비록 단순무식에 과격한 집단이며 논리와는 담을 쌓은 듯 보일지라도 그들에겐 험난한 역사 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생존해온 본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본능은 무서운 것이다. 그것은 때로 이념에 빠진 이들보다 한 수를 더 보게 만들 수 있다.

생각해보자. 검찰이 정부의 안티라서 통과시켜야할 사이버모욕죄와 방송법, 신문법을 앞에 두고 미네르바를 체포했을까? 정말 이들은 앞뒤 안가리는 무식한 놈들이라서 일단 저런 반정부적인 놈은 잡아들이고 봐야 한다는 생각을 한것일까. 나도 명박이 어디까지 내다 보았는지는 알 수 없다. 기껏해야 인터넷의 정보에 의존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전후의 문맥을 따져 그들의 의도를 추측해보는 정도일 뿐이다. 그리고 미네르바 지지자들의 반응이 이런 것이라면 그것은 정부의 의도를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흐를 것이기에 두려운 것 뿐이다.

정부가, 아니 아무리 명박의 머리가 설치류의 그것이라 해도 계속해서 강경진압과 아예 대놓고 공안정국을 만드는 것과 같은 스탠스를 보이는 것에 대해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명박이 지난 10년을 통해 성장한 민중의 잠재력을 모르는 바도 아니요, 자신 또한 민중 운동의 한복판에 섰던 적이 있는 일진데, 대중의 거센 반발을 무릎쓰고 자꾸 이런 일을 벌이는 데에는 뭔가 노리는 구석이 있는 것이다. 그것을 생각해봐야 한다.

다시 미네르바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면, 현재 대중들이 그를 미네르바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한마디로 자충수다. 검찰이 노린 것이 미네르바라는 인물이 전문대 학력의 무직이며 대중의 신앙이 헛된 것이었음을 알릴 의도였음은 분명하다. 문제는 이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 그가 미네르바임을 인정하는가 아닌가에 따라 검찰의 의도가 대중의 희망과는 다르게 제대로 먹힐 수 있다는 데에 있다. 간략하게 말해보자. 만일 대중이 그를 미네르바로 인정하지 않고 다른 미네르바가 어디엔가 있다라고 믿는다면, 그것은 미네르바의 학력과 백수됨이 결국 대중에게 불신을 가져왔다는 뜻이 된다. 이 말은 그러한 의도로 미네르바가 아닌 한 30대의 박씨를 구속한 검찰보다 더한 윤리적 타격을 대중이 지게 됨을 의미한다. 결국 대중은 그의 글 내용이 아니라 그의 외국경험, 증권사 경험, 나이와 상류1%라는 등의 이야기에 쓸려 그를 믿었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의 의도는 이 멍청한 정치검찰들이 의도했건 아니건,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윤리적으로 대중보다 위에 서게 된다. 언젠가는 그리 된다. 계속해서 대중이 그를 미네르바가 아니라고 호도하고, 검찰이 결국은 그를 미네르바라고 확증하게 되면 일은 겉잡을 수 없이 커진다. 대중의 미네르바에 대한 신뢰는 결국 간판이라는 못된 대한민국의 모래위에 쌓은 반석이었음이 드러나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우리가 취해야할 스탠스는 그가 미네르바가 아니라고 우기는 것이 아니다. 진짜 미네르바가 있건 없건 우리는 그를 상징적인 인물로 규정해야만 한다. 그리고 표현의 자유와 이 멍창한 정권의 행태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쏟아내면 그뿐인 것이다. 그가 진짜이건 아니건 그런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말이다. 이러한 스탠스를 취할 경우 검찰은 불리해진다. 왜냐하면 그가 미네르바가 아닐 경우 검찰은 헛된 민간인을 구속했다는 윤리적 충격을 받을 것이고, 그가 미네르바일 경우 제대로 검찰의 행태를 비판한 대중의 윤리적 지위가 더더욱 상승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가 미네르바인지 아닌지는 그냥 검찰과 언론에 맡겨두어도 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인터넷에 우국충정으로 올린 글로 인해 네티즌이 잡혀 가는 이 웃지 못할 사태에 대한 저항뿐이다. 또한 지난 글에서 이야기한 종교성에 덧붙혀 이야기하자면 지금이야말로 미네르바에 대한 추종이 종교적 색채가 아니었음을 보일 절호의 기회가 되는 것이다. 여기서 그가 미네르바인지 아닌지에 관한 헛된 소모전을 벌이는 동안 결국 미네르바를 사랑했던 이들의 지위는 추락하고 만다. 차라리 그를 상징이라 여기고 우리가 사랑했던 미네르바를 지키는 운동을 벌임이 옳다. 선동의 전쟁에서 결국 승리하는 집단은 윤리적인 우위를 가진 쪽이다. 그리고 나는 미네르바를 사랑했고, 또 그러하기에 그를 종교적으로 추종했다고 내가 비판했던 이들이 승리하기를 기원한다.

추신: 도아님의 글은 이 상황에서 그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 이건 음모론이냐 아니냐를 넘어 그가 말한 상식과 덧붙히자면 전략의 문제다. 전략적으로 지금 현재 그의 미네르바 진위여부는 명박과 대항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논의가 아니다.

추신2: 내가 명박이 무서운 이유는 다작 속에 역작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미네르바 사건의 추이를 지켜 본후 시간이 허락한다면 이 글도 쓰고 싶다.

추신3: 만일 지금의 이 대중이 정말 내가 분석한 그 종교적 대중이 맞다면 좀 더 실천적인 종교성을 지닌 그런 이들이었으면 한다. 종말론 집단이 그들이 예측한 종말 이후에 보이는 그런 모습이 아니라, 교황을 향해 칼을 빼든 루터와 칼뱅의 모습을 보고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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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acked from LieBe's Graffiti  삭제

    그래피티 페이퍼란 형식으로 앞으로 웹 페이퍼를 발행하려 합니다. 사실 아이디어는 JNine님이 요즘 링크 소개와 소감인 포스트로 얼렁뚱땅 넘어가고 계신데 상당히 보기 좋고 괜찮은 포맷인 듯하고 사실 딜리셔스나 소셜 북마킹 서비스에 관심은 있지만 익숙치않은 것도 있고 나만의 페이퍼를 만들어보는 것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진지한 논의나 칼럼 형식의 글은 배제하고 블로그 스피어를 짬짬히 돌아다니다 이건 정말 생각해볼 글이다...싶은 것에 대한..

    2009/01/12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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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acked from 자유인  삭제

    <데스크 칼럼> -김기홍 경제부장- 소통의 부재. 작금의 대한민국엔 오직 ‘나만 옳다’는 단방향 채널만이 난무하는 듯하다. 이는 정부-국민을 필두로 정치, 언론, 사회, 경제 등을 가리지 않은 채 사회...

    2009/01/12 01:19
  13. 미네르바라는 이름의 고양이 죽이기(개인 의견)

    Tracked from 나에게 충고하기™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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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웨이터.킴의 생각

    Tracked from jokka's me2DAY  삭제

    Radical biologist roc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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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미네르바 정부의 아(我)군이었다.

    Tracked from Zihuatanejo  삭제

    미네르바는 정부의 충실한 아군我軍이었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지속적으로 경제 위기설을 조장해온 것은 현 정권이었다. 최근 MBC 노조 파업, 민주당 의회점거 사태에서도 현 정권과 한나라당은 신문 지면 광고 등을 통해 '어서 빨리 국회로 나와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외쳤다. 민주주의든 언론이든 표현의 자유이든 현 정권이 내세우는 것은 오로지 하나, 경제 불황 극복이었다. 이런 그들에게 미네르바는 오히려 고마운 존재였을테다. 언론사에 뿌려야 할 경제 침체..

    2009/01/16 06:10
  16. 가짜 미네르바 무죄... 진짜는 쥐새끼의 하수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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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네르바라... 사안의 중대함에 비해 내 개인적 관심은 매우 낮다. 미네르바가 뜰 때도 그랬고, 잡혀갔을 때도 그랬다. 휴대폰에 "미네르바 체포"를 알리는 문자가 떴을때도 무심했다. 그가 진짜든 가짜든... 나는 미네르바가 쥐새끼 편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잡혀갔던 미네르바는 가짜라고 본다. 내가 가짜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별 것이 아니다. 심증이 아닌 물증에 기초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링크를 일일히 적시한 것은 "물증"이기 때문이다. 물론 언론보도가..

    2009/04/25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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