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블로그는 어쩔 수 없는 밈의 향연장이다.

민노씨의 시리즈를 받아보자면 "블로그란 나에게 생각의 매개체에 다름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요즘 읽고 있는 크루그먼의 책에도 도킨스의 '밈(Meme)'이 등장하던데, 그것이 과학은 아닐지언정 인간의 두뇌활동이 가진 속성을 적나라하게 까발린다는 점에서는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는 것이다. 그 어떤 고귀한 철학자라 할지라도 결국 자신의 사상을 책으로 써 남기는 법이다. 그런 사상을 누군가가 읽어주지 않는다면 의미가 사라져버리기라도 하듯이 많이 배웠다는 지식인들은 무엇에라도 홀린듯이 끊임없이 생각을 옮겨 글을 쓴다. 그리고 종교의 교주인냥 자신의 글과 말에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며 내심 흐믓해들 하고 있는 것이다. 안 그런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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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런 마음에 블로그를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걸 인정하면 속물이 된다고 해도 할말은 하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블로그를 일종의 일기장으로 쓰려면 비공개로 하고 혼자 읽으며 만족을 느끼면 될일이지 굳이 그걸 메타블로그니 블러거 뉴스니 등에 부비부비 등재해가면서 사람들이 스스로를 찾아와주길 기대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종교지도자가 되고 싶은 욕망이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것을 인정하고 인류에 좋은 방향으로 그 본능을 이끌어갈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뿐이다. 자꾸 인간의 본능을 거부하다 보면 결국 세상은 딱딱한 도덕주의자들의 소굴로 전락하고 도덕이 종교가 되는 더욱 불행한 사회가 될 뿐이라는 그런 웃기는 개똥철학을 나는 가지고 산다.

올블로그와 성선택의 질주본능

현재까지 논의된 메타블로그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알지는 못한다. 블로그 열풍이 싸이의 열풍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는 말도 있는데, 그리 되어도 상관은 없다. 오히려 지나치게 많은 블로그는 온라인을 통한 오프라인으로의 행동수렴에 장애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블로그를 싸이처럼 사용한다는 측면에서 블로그가 싸이를 넘어설 수 없는 것이라면 블로그를 그렇게 사용하는 이들은 그냥 두면 된다.
블로그는 싸이월드의 신변잡기식 네크워크를 넘어서는 무엇이고 무엇이여야 한다고 믿는다. 싸이월드는 개개인을 연결시켜주는 도구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광고판 같은 것에 불과하지만, 블로그는 광고판을 넘어서는 일종의 피켓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블로그가 싸이의 대안으로 기능하길 원한다면 반드시 넘어야 할 몇가지 난제가 있다고 본다.

첫째, 블로고스피어의 산재된 정보를 효율적으로 모아주는 도구의 존재가 그것이다. 메타블로그는 그러한 필요성에서 대두된 하나의 대안이다. 지민아빠의 말처럼, 국내 메타블로그 사이트들에는 뚜렷한 한계점들이 존재한다. 그 하나는 수 많은 주제로 나누어진 블로거들의 이야기를 효율적으로 조직화해주는 메타블로그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제별 메타블로그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데, 적절한 웹툴만 존재한다면 현재의 올블로그를 넘어설 수 있는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다양성의 확보라는 철학적 측면에서도 그것은 반드시 넘어야만 할 하나의 관문이라고 생각한다. 또하나의 한계점, 그리고 내 생각에 가장 중요한 그것은 메타블로그가 기성언론의 나팔수로 봉사하게 된다는 비극이다.

올블로그의 문제는 비단 다양한 블로거들의 이야기가 적절하게 표면으로 부상하지 못한다는 점뿐만 아니라, 표면에 부상한 이야기들이 기성언론이 다루는 몇가지 주제에 천착하고 그것을 따라잡기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몇몇 블로거들에 의해 새로운 관점이 등장하고 그것이 이슈를 형성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최근의 올블로그는 그저 언론에서 던진 떡밥에 붙은 몇몇 블로거들의 섹시한 제목과 문장으로 점철된 글이 판치는, 옐로우 저널, 스포츠조선에 다를 바 아니다. 나는 블로고스피어가 항상 새로운 시각을 창출하고, 그것을 전파하는 새로운 매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내 생각과는 정반대로 블로고스피어는 민노씨의 표현처럼 더이상 로고스가 실종된 감각의 제국으로 변모해가고 있다. 그러한 면도 필요하다고 믿는 나지만, 이건 정말이지 도배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거대하다는 메타블로그가 이지경이라면 다른 곳은 더 돌아볼 필요도 없다.

올블로그가 스포츠조선이라는 찌라시 잡지의 한계를 벗어나고자 한다면, 새로운 시도가 여럿 필요할 것이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위에서 언급한 주제의 다양화다. 그것이 시작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주제가 다양화된다 해도 또 다시 스포츠조선류의 자극적인 글들이 판치는 세태를 막기는 힘들 것이다. 내가 위에서 현재의 메타블로그의 글들이, 그리고 블로거들의 글이 '광고판'과 같다고 말한 것은 '성선택(Sexual selection)'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이다. 성선택을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겠으나 우리가 눈여겨 보야할 것은 성선택에서 나타나는 '고삐풀린 성선택(Runaway Sexual Selection)' 개념이다. 1930년에 통계학의 아버지이자 근대종합이론의 수학적 종합자인 로널드 피셔에 의해 제안된 이 아이디어는 일부다처제의 상황에서 더욱 많은 자손을 남기기 위해 경쟁하는 수컷들이 암컷의 선호에 반응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암컷의 선호는 항상 수컷을 극단의 상태로까지 몰고 간다. 양성피드백이 걸리는 것이다. 공작의 꼬리가 가장 흔히 등장하는 예가 아니겠는가. 그러한 수컷의 질주는 포식자에 의한 압력과 자손의 번식이라는 이득이 합의를 보는 지점까지 지속된다. 즉 자연선택과 성선택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쯤에서 대타협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문제는 이 거대한 두가지 힘, 즉 자연선택이라는 외부압과 성선택이라는 내부의 동력이 언제나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메이팅 마인드(섹스는 어떻게 인간 본성을 만들었는가) 상세보기
제프리 밀러 지음 | 소소 펴냄
제프리 밀러의 이 책은 이미 생물학과 진화심리학 등을 연구하는 국내의 젊은 연구자들에게 제법 알려져 있으며, 또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저작이다. 저자는 자연선택과 적자생존의 이론을 필두로 내용을 전개해 왔던 지금까지의 진화론의 입장을 완전히 바꾸어, 자연 선택론의 곁다리에 불과했던 성선택론을 자연 선택을 압도하는 진화의 주된 동력으로 위치시킨다. 그는 이른바 [고삐 풀린 질주 이론], [적응도 지표 이론과

메타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블로거들은 암컷(다른 블로거들)의 선택을 기다리는 수컷 공작새와 같다. 그들은 끊임없이 섹시한 그리고 도발적인 글들로 암컷을 유혹하고 싶은 질주본능에 시달리게 된다. 올블로그에서 나타나는 작금의 현상은 다름 아닌 성선택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지나친 질주를 막을 만한 외부압이 또다시 그 암컷이라는 데에 있다. 이러한 질주가 블로고스피어를 움직이는 진정한 동력이라고 생각하지만, 공작의 꼬리가 지나치게 길어지면 포식자들의 좋은 먹이감이 되고 결국 죽는다. 적응에 실패하는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새로운 외부압에 의한 적절한 통제가 요구되는 것이다.

블로그 저널을 위하여

메타블로그는 누구나 등록해서 자신의 글을 올릴 수 있는 시스템이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읽었는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추천했는가에 의해 헤드라인이 결정되는 식으로 유지되고 있다. 느낌을 표현하자면 현재의 메타블로그는 지나치게 뜨겁다. 원래 성적 유희가 뜨겁듯이 성선택도 질주와 같은 뜨거운 느낌이 아니겠는가.

이와는 조금 대조적인, 매우 차가운 하지만 정제된 글들의 집합인 곳이 있다. 과학자들 혹은 지식인들이 논문을 기고하는 시스템이 그렇다. 여기엔 동료심사(peer-review)라는 것이(모두는 아니겠지만 형식적으로라도 거의 다) 존재하고, 편집자가 존재한다. 동료심사에 의해 논문이 검토되고 수정이 요구되면 편집자가 이를 저자에게 알리고 저자의 반응을 받은 후에 다시 동료심사위원들의 동의를 얻어 최종 게재가 결정되는 아주 간단하면서도 복잡한 시스템이다.

따라서 나는 제안한다. 다양한 형태의 블로그 저널을 등장시키는 것은 어떨까라고. 정치/사회/경제/시사/과학 등등에 관한 것도 좋고, 통합적 형태의 블로그 저널도 좋다. 다만 그곳에는 공정한 편집자와 동료심사제도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지나치게 질주하지 않은 감성과 이성이 적절히 배합된 정제된 글들이 블로그 저널을 메우게 될것이다. 편집자란 직업에는 지나친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건 과학계의 저널들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동료심사가 그 간극을 메워준다. 저자와 편집자가 함께 동료심사위원을 선정하고 이를 최종 결정하는 최소한의 권한만을 편집자에게 부여한다면 공정성을 어느정도 담보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시스템을 철학을 가지고 운영할 자본가들이 있느냐는 점이다. 그런 이들이 없다면 대한민국의 소신 있는 프로그래머들이 블로그 저널의 구조가 될 수 있는 툴을 개발하고, 소신 있는 블로거들이 편집자로 참여하는 운동을 기대해 볼 수도 있겠다. 내 생각엔 이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현재의 메타블로그처럼 자신의 글이 바로바로 등록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성격급한 블로거들에게는 불만일 수 있겠으나, 적절한 분량을 제한하고 분야를 한정짓고, 많은 수의 동료심사위원을 배정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 본다. 편집자가 하나일 필요도 없다. 여럿의 편집자를 지정하고 시간의 여유가 있는 이들이 심사를 진행하면 그뿐이다.

어설픈 기획이지만 나름 심사숙고해서 생각해본 대안이다. 나는 올블이 스포츠조선 찌라시로 전락하기를 바라지는 않기 때문에, 그리고 지조 있는 좋은 블로거들이 그런 올블에서 묻혀버리는 사태도 보기 힘들기 때문에 말이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둘째, 온라인에서의 논의가 오프라인으로 효과적으로 옮겨가는 과정에 이러한 메타블로그들과 블로그 저널의 철학이 가진 진정한 함의가 있을 것이다. 글이 지나치게 길어진 것 같아 이에 대한 논의는 다음을 기약하도록 하겠다. 오프라인으로의 이동은 분명 자본이 요구되는 일이기에 힘든 기약이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결국 착한자본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착한자본을 만들어내야만 한다는 당면과제에 빠지게 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여러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너무 기대는 마시길. 어설픈 이상주의자의 살풀이 같은 것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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